보다 고도화된 AI가 보다 진화된 로봇의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칭화대)
보다 고도화된 AI가 보다 진화된 로봇의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칭화대)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은 더없이 소중하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생존에는 빛과 어둠처럼 항상 병이 따라다닌다. 병 치료를 제대로 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료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아팠는데 나를 치료해줄 의사가 없다고 가정하자.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의료대란으로 그런 사례가 속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인간의사를 대체할 로봇의사는 없나. 로봇이 인간의 노동시장을 잠식해 오는데 의료분야는 어떤가.

로롯의사가 출현한 건 거의 10년이 다 돼 간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기업 ‘IBM’의 ‘닥터 왓슨’이다. 지난 2015년 출시된 닥터 왓슨은 AI를 기반으로 한 암, 심장질환 등 중증 질환 진단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에선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도 이 로봇의사를 들였다. 하지만 기술력이 발목을 잡았다. AI의 진단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내놓은 진단과 왓슨의 의견 일치율은 50% 정도에 그쳤다. 정확한 진단이 생명인 의료 현장에선 이 정도 저조한 성능을 보이는 AI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다. 도입 초기에는 관계 병원들은 언론사에 이 로봇의사에 대한 홍보 보도자료를 뿌리곤 했었다. 처음에 높았던 관심은 성능 저조가 판명됨에 따라 곧장 시들해졌다.

당시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닥터 왓슨은 300종 이상의 의학 논문, 200종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분석해 암 치료법을 제시했다. 닥터 왓슨의 진료실에는의료진을 위한 모니터만 있는데, 닥터 왓슨의 본체는 미국 IBM 본사에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영상 소견, 조직 검사 결과 등 정보를 입력한 후 ‘왓슨에게 물어보기’를 클릭하면 10초 안에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으로 구분해 치료법을 제시했다. 인도의 마니팔 병원에서 3년간 유방암, 대장암, 직장암, 폐암으로 치료받은 환자 1000명을 분석한 결과 닥터 왓슨과 의사와의 의견 일치율이 직장암 85%, 전이성 유방암 45%, 폐암 17.8%로 암종에 따라 차이가 컸다. 또한 닥터 왓슨이 미국, 유럽 등 서구의 데이터 기반이므로 인종적 특수성이나 국가별 보험 제도의 차이가 프로그램에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닥터 왓슨의 퇴장이 로봇의사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개발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제 AI 시대다. 보다 고도화된 AI가 보다 진화된 로봇의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특정 직업을 대체할 수 있는 확률을 정량화한 ‘AI 노출지수’ 순위에서 일반의사와 전문의사가 높게 나타났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수술 지원 로봇은 의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 수술을 진행하거나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에 불과하다. 수술과정에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빨리 낫게 해주는데 아주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로봇 관련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만큼 추후 AI를 기반으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판단하고 자율수술을 진행하는 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상불 얼마 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생화학과, 화학·생명공학과 공동 연구팀이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이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는 AI 로봇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외신들은 전했다.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건 의학 연구에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이미 의사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피부 봉합 수술이 가능한 로봇이 개발됐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듀얼 카메라를 사용해 주변 환경을 촬영하고, AI를 탑재한 신경망을 사용해 피부 봉합을 스스로 계획해 실행하는 방식이다.

의료분야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그래서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방대한 의료 데이터가 집대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정확히 내린 뒤 정교한 손놀림으로 집도하는 로봇의사 출현에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지식집약 직업군에서 로봇 대체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로봇의사 출현이 요원한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생명을 지켜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의료체계는 항상 존재해야 한다.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 로봇의사는 로봇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까. 의료대란 시국에 로봇의사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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