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16개주, 빅테크 5개사 등 작심, 애플 운영방식에 ‘줄소송’
부당한 ‘인앱 결제’ 정책, ‘슈퍼앱’ 차단, 타 기기 앱이나 메시지 차단 등
법무부 88쪽 고소장에서 낱낱이 비판, ‘사상 초유 민․관 망라한 소송’
“애플, 과거 유사 케이스 MS보다 시장지배력 약해 훨씬 타격 클 듯”
EU, 한국,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 지구촌 곳곳에서 강제 규제 직면

애플이 미 법무부를 비롯한 민관의 무더기 소송을 당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진은 애플의 아이폰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애플이 미 법무부를 비롯한 민관의 무더기 소송을 당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진은 애플의 아이폰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애플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19일 다른 빅테크 5개사로부터 부당한 ‘인 앱 결제’ 등과 관련된 소송을 당한데 이어, 21일엔 미국 법무부와 15개 주, 컬럼비아 특별구 등이 한꺼번에 ‘독점금지법’을 이유로 이 회사를 고소했다. 그 때문에 이날 애플의 주가는 4%나 폭락했다.

이미 애플은 유럽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벌금 폭탄’을 맞은 바 있다. 한국과 네덜란드에서도 과도한 ‘인 앱 결제’에 대해선 벌금을 물리고 있으며, 영국, 호주, 일본 등도 비슷한 규제를 계획하거나 실행할 예정이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국면’이란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애플의 모든 ‘일련의 관행’을 저격한 조치”

이날 미 법무부 등은 88쪽에 달하는 장문의 고소장을 통해 그간 애플이 시행해온 ‘울타리가 처진 정원’ 정책 하나하나를 일일이 공개하며 맹 비난을 퍼부었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 애플이 저질러온 ‘악행’을 고발한 셈이다.

법무부는 우선 “애플은 경쟁자들이 아이폰과 통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저지 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에는 “애플이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같은 외부 운영 체제의 기기로 전환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고 적혀 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애플이 시장 권력을 유지한 것은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 때문”이라면서 “이 회사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6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빅테크 5개사를 포함해 이번 법무부 등의 소송은 ‘작심’한 바가 있어 보인다. 비단 부당한 ‘인 앱 결제’ 뿐 아니라, 애플이 그가 삼성, 픽셀, 혹은 중국산 등과의 ‘차별화’를 명분으로 한 배타적이고 페쇄적인 기기 운영체제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할 수 있다.

갈랜드 미 법무장관이 애플에 대한 총체적인 고소를 한다며 그 사유을 밝히고 있다.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갈랜드 미 법무장관이 애플에 대한 총체적인 고소를 한다며 그 사유을 밝히고 있다.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는 “이번 소송은 정부가 애플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말한 ‘일련의 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소송의 대상이 된 그간의 부당행위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실행하는 스마트폰 등 다른 유형의 스마트폰 소유자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능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치 “다른 스마트폰이 아이폰보다 품질이 낮다”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는 지적이다.이를 위해 일부러 아이폰이 자체 애플워치가 아닌 다른 스마트워치와 작동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워치를 구매한 후에도 휴대폰을 버리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 그냥 갖고 있을 수 밖에 없게 했다.

무엇보다 앱 개발사나 제조사가 자체 (앱 결제를 위한) ‘디지털 지갑’을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독점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반면에 ‘애플 월렛’만이 결제할 수 있는 NFC 칩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의 유일한 앱을 만들어놓아다. 또 은행과 신용 카드 회사가 애플 지갑에도 불구, 자사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도록 권장은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칩에 접근하거나 고객을 위한 대안으로 금융사가 자체 지갑을 생성하는 것은 차단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슈퍼앱’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는 아이폰에 대해 그 가치가 떨어진 하드웨어로 보이게 한다는 이유다. 그래서 사용자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슈퍼 앱'을 제공하는 게임 스트리밍 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에픽게임즈와의 장기간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거 유사한 소송당했던 MS보다 훨씬 취약”

이 대목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규제와의 비교다. 당시에도 미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웹 브라우저를 윈도우 운영 체제와 연결시키고 있다”며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기술매체 ‘테크크런치’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혀 입장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즉 MS 윈도우 운영체제는 말 그대로 완전독점에 가까웠다면 애플은 삼성 등 막강한 경쟁사가 있고, 시장점유율도 전세계 20%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MS와는 달리, 애플은 ‘반독점금지’ 소송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송 당시 MS 윈도우는 개인용 컴퓨터 운영 체제 관련 시장에서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는 MS 운영 체제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골드만 삭스 추정에 따르면 2000년 모든 컴퓨팅 장치의 97%에 MS 운영 체제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였다.

소송 결과는 명암이 엇갈렸지만, 분명한 사실은 MS는 이처럼 완전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 덕분에 수많은 후속 소송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시장 점유율이 훨씬 낮은 애플은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카운터 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으로 미국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64%에 가깝다. 이는 2위인 삼성의 18%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론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단지 23%이며, 2위 삼성이 16%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또 나머지는 대부분 저가형 안드로이드폰이 차지했다. 이는 “분명히 여전히 분열된 글로벌 시장이며 이로 인해 경쟁 역학이 바뀌고 있다”는게 테크크런치의 분석이다.

시장장악력이 옛적 MS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에서, 독점력도 그보다 약하다고 여길만 하다. 그러나 법무부는 생각이 다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젊은 사용자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실행하는 삼성 휴대폰보다 아이폰을 선택한다”면서 “이는 아이폰의 지배력을 입증하는 다른 지표가 된다”는 주장이다. 또 “인구가 많은 가구일수록 아이폰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법무부는 또한 “대부분의 소비자가 통신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잠재적인 신규 진입자는 미국 통신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만이 애플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즉, MS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에 크게 못미치는 애플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란 이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역시 과거에 유사한 소송을 당했던 MS보다 시장지배력이 낮아 이번 줄소송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MS의 빌 게이트(왼쪽)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진=게티이미지)
애플은 역시 과거에 유사한 소송을 당했던 MS보다 시장지배력이 낮아 이번 줄소송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MS의 빌 게이트(왼쪽)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진=게티이미지)

애플, 유럽, 한국, 호주 등 곳곳에서 강력 규제 처해

이런 애플의 부당행위는 이미 다른 여러나라에서 강력한 규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갈수록 확산되거나 강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EU는 최근 음악 스트리밍 경쟁업체가 사용자에게 프로모션 및 구독 업그레이드 옵션에 대해 알리는 것을 방해한 이유로 애플에게 18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한 앱 제조업체들은 애플이 아이폰을 제3자 앱 스토어에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EU집행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한국과 네덜란드에서도 대체 결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대신, 앱 개발자에게 부과한 과도한 수수료(평균 30%)를 매길 경우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영국, 호주,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앱 생태계’에 대한 애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규칙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 법무부 등은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작심하고 애플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온 결과, 지금까지의 각종 규제 당국이 제기한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야심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처럼 ‘앱 스토어’에만 좁게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애플의 전체 제품과 서비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른 것이다. 애플로선 전에 없는 충격이자 위기가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2-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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