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SK하이닉스 독점 공급, 황 ‘언급’ 후 삼성 주가 급등
국내 전문가들 회의적, “여전히 SK가 HBM 등 AI메모리 시장 장악”
옵션 시장 양가적…‘SK하이닉스 vs 삼성전자 경쟁’ 가열 전망도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삼성 칩도 고려할 만하다"고 발언한 후 삼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삼성 칩도 고려할 만하다"고 발언한 후 삼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지난 19일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의 메모리도 구입할지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후 삼성 주가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증시 일각에선 “삼성이 과거보다 기술력이 발달했다곤 하나, 아직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수준의 HBM(고대역폭 메모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어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삼성의 주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최신 버전의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개발자 회의 다음 날 “늦어도 이달 중엔 앤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현재 양산체제를 풀가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삼성 메모리도 고려해볼만하다”는 젠슨 황의 언급이 알려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22일 “그러나 젠슨 황이 말로는 삼성으로부터 일부 HBM칩도 구매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함음으로써 큰 도약을 이루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 “엔비디아, 삼성HBM 매수하긴 일러”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 특파원발 기사를 통해 “삼성은 황의 발언으로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던) 2015년 이후 최고의 한 주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AI 칩 경쟁에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에 흥분했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투자자들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SK하이닉스가 여전히 AI 메모리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DS자산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과거보다 매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엔비디아가) HBM 사업에 대한 기대를 갖고 매수하기는 이르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사실 AI 메모리 분야는 지금까지 SK하이닉스에게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왔다.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2배로 증가하며, 삼성의 30% 상승률을 능가했다. 이는 LLM학습에 중요한 프로세서와 함께 작동하는 HBM 칩 분야에서 SK 하이닉스가 앞서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은 소비자 기기 시장 점유율이 높아서, 상품화된 기존 메모리에 대한 주기적 수요가 꾸준하며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이 “삼성 메모리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라는 블룸버그의 해석이다. 그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인 10%를 기록했다.

삼성 주가, 9년 만에 최고 수준 주간 상승률

이에 증시 옵션 투자자들은 양가적인 입장이다. 삼성에 대해 향후 3개월 동안 70% 하락에 대한 ‘풋 베팅’과 동시에, 같은 기간 주가가 300% 급등할 경우 현금으로 환산될 콜을 포함한 두 가지 베팅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현재의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큰 삼성의 외가격(Deep OTM) 옵션 베팅은 랠리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일 주가흐름만으로 판단하는 데이 트레이더들은 젠슨 황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21일, 22일 삼성주식에 현금을 쏟아부은 것과 반대로, 이들 개인투자자들은 순액으로 3조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해 이틀 만에 기록적인 인출을 기록했다.

BNK자산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이 엔비디아로부터 HBM3E에 대한 제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면서 “(만약 제안을 받을 경우) 두 회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SK하이닉스가 HBM 패권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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