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 첫 시범케이스로 애플․메타․구글 강력조사”
EU “아마존․MS도 곧 들여다볼 것”…美정부․각주도 일제히 ‘반경쟁’ 소송
세계 각국도 ‘인 앱 결제’ 등 규제, “창사 이래 최대의 재앙”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애플 스토어. (사진=게티이미지, 뉴욕타임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애플 스토어. (사진=게티이미지, 뉴욕타임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의 5대 빅테크가 모두 대규모 경제․사회적 규제에 직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애플, 메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모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크고 작은 규제를 받거나 벌금 폭탄을 맞고 있다. 특히 자국정부인 미 법무부가 본격적인 제재의 칼을 빼어든데다, EU는 새로 발효된 ‘디지털시장법’의 시범케이스로 이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6일부터는 애플, 메타, 구글에 대해 EU가 “새로운 ‘디지털 경쟁법’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EU는 "다른 기업들(아마존, MS 등)도 향후 있을 EU 조사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충실히 챙겨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혀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외신들도 일제히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친데 덮친 격’, 이어지는 규제와 조사

이미 이들 빅테크들은 전 세계적으로 각종 규제와 조사를 받아온 터다. 그 와중에 다시 엄격한 EU의 디지털시장법에 의한 조사가 시작됨으로써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됐다. 이는 이달 초 발효된 EU의 디지털 시장법에 따른 첫 번째 케이스여서 더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이들 빅테크들은 디지털 광고, 온라인 검색 및 앱 생태계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수많은 새로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애플과 구글은 이미 앱 스토어 규칙, 그리고 메타는 디지털광고를 미끼로 한 개인 데이터 사용 강제 등에 관해 미국과 유럽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왔다. 이번에는 가장 엄격한 ‘디지털시장법’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가 있다.

특히 앞서 미법무부가 애플에 대해 경쟁사들이 자사의 아이폰과 호환하거나 통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킨다며 고소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나온 조치다.

이런 규제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이들 빅테크는 지난 주 워크숍 등을 통해 나름의 규정 준수 계획을 제시하는 등 대응책에 나섰다. 그러나 EU집행위의 반경쟁 제재 책임자인 마그레뜨 베스타제는 26일 “이들 기업의 계획 역시 우려스러운 것으로 세 회사가 제안한 솔루션이 완전히 준수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일축하며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조사 결과 혐의 인정되면 ‘전세계 매출 10% 벌금’

만약 이들이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지면 각자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U는 “내년 안에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우선 애플과 구글의 ‘앱 스토어’ 방침에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가 개발자 등에게 주요 앱 스토어 외부의 대체 결제 수단이나 구매 방법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애플의 경우 새로운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이미 자사의 앱 스토어 외부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아이폰에서도 대체 인앱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추세다. 애플은 그러나 외부에 앱을 제공하려는 개발자를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과다한 수수료 구조를 음악 스트리밍 앱 개발자들에게 적용한 혐의로 약 2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구글에게도 이번 EU 조사는 회사가 수년 동안 유럽에서 직면했던 일련의 조사 중 가장 강력한 조사다. EU는 이미 구글이 항소한 두 건의 독점금지 사건에서 구글에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으며, 지난해부터 구글의 광고사업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EU위원회의 반경쟁 제재 책임자인 마그레뜨 베스타제가 빅테크5에 대한 조사를 사직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셔터스톡)
EU위원회의 반경쟁 제재 책임자인 마그레뜨 베스타제가 빅테크5에 대한 조사를 사직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셔터스톡)

EU집기관인 유럽 위원회는 “이들 빅테크들은 개발자가 사용자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다른 결제나 구매) 제안을 홍보하는데 대해 제약을 가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에 애플은 “본사 계획이 새로운 EU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를 위해 새로운 기능, 도구, 사용자 보호 기능을 개발했으며 EU 관계자와 개발자의 피드백을 듣고 반영했다”고 밝혔다. 구글도 “본사의 (법 준수를 위한) 접근 방식을 계속할 것이며, 유럽에서 서비스가 운영되는 방식을 크게 변경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위해 공무원, 기업 및 기타 제3자와 협력해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는 특히 메타가 지난해 가을 광고 열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구독료) 지불 또는 (광고 제공) 동의’라는 선택사항을 도입한데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표시되는 광고를 타겟팅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유럽의 사용자는 최대 약 11달러의 월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메타는 이에 대해 “광고를 안 보는 대신 구독을 제공하는 것이 많은 업계에서 두루 확립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반발하면서도 “EU 관계자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메타로선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애초 메타는 비즈니스의 핵심 부분인 사용자의 디지털 활동을 기반으로 한, 타겟팅된 광고 판매가 중요하다. 그러나 유럽의 상당수 메타 사용자가 광고 타겟팅을 위한 데이터 공유를 거부할 경우,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EU는 또 이번 조사와는 별개로 아마존 역시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반경쟁적으로) 차별하는지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이 회사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존 역시 자신에게 닥칠 운명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에 아마존은 “새로운 디지털시장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경쟁을 위한) 계획에 대해 EU 관계자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EU는 MS를 포함한 5개 빅테크에 대해 “새로운 규정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문서를 보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미 그런 방침이 이들 5개사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대규모 소송 줄줄이

이런 빅테크들의 ‘위기’는 자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미국 내 16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이미 애플을 상대로 일제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른 회사가 애플 제품과 경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고객이 아이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관행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와 17개 주는 도 아마존에 대해서도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전자상거래 판매자를 압박하고 자체 서비스를 강제함으로써 온라인 소매에 대한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혐의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선 미국인들이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역시 연방거래위원회와 와 40개 이상의 주는 메타의 페이스북이 경쟁사, 특히 인스타그램, 그리고 2년 후 왓츠앱까지 인수, 독점체제를 굳히고 있다며 인수․합병 계획 자체를 무효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도 구글에 대해 “검색 및 검색 광고에 대한 독점권을 불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미 법무부와 8개 주는 또 “구글이 온라인 광고를 지원하는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 와중에 EU가 ‘디지털시장법’에 의해 강력한 조사를 개시함으로써 이들 빅테크들은 ‘업친데 덮친 격’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만약 이번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각 회사에 대해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지금 ‘빅테크’ 5개사는 사상 초유의 제재 쓰나미 앞에서 떨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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