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경제학과 김영호 교수입니다.”
“안녕하세요, 평화병원 이종수 원장입니다.”
“인사드립니다. 통일부 박지연 장관입니다.”
“반갑습니다. 통일당 최선애 총재입니다.”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어떤가? 아무 문제없나? 박사/교수/회장/사장/장∙차관/대표/이사/감사/전무/상무/변호사/총장/원장/단장/위원장/본부장/실·국·부장 등 높은 지위의 직함일수록 직함을 먼저 말하고 나중에 이름을 말하는 게 언어예절에 부합한다. 그래야 정중하고 겸손해 보인다. 

“정치학 박사, 정용호입니다.” “통일병원 원장 강진성입니다.” “여성가족부 장관 임소혜입니다.” “혁신당 대표 장인경입니다.”가 센스 있고 바람직하다.

꼴불견 중 으뜸은 이거다. “네, OO/OO(갑/을/병/정) 지역구, OOO 의원입니다.” 무슨 특위/청문회 때, TV중계가 있다는 걸 의식한 국회의원들 거개가 이러고 있다. 참을 수 없는 협량狹量과 잔망스러움에 막대한 조소嘲笑와 측은지심을 보낸다! 이자들은 거의 언제나, ‘의원’을 나중에 말함으로써 같잖은 위세를 드러낸다.

중립적인 직업명/직위 단위들도 물론 있다. 대표적인 게 PD/기자/아나운서다. 이런 건 앞에 쓰나 뒤에 쓰나 무관하다. 조합원/대의원/간사/총무, 과장/계장/대리 등도 얼추 이 범주다. 모름지기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싶을 때, 스스로를 칭하려면 이름을 뒤에 놓는 것이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기사/리포트 등에서 이름 다음에 복잡한 기관명과 연이어 나오면 정보가 분산되는 역효과를 낸다. ‘한만복 창의혁신센터 R/D부문 부소장은’, 이런 식이 그 예다. ‘창의혁신센터 한만복 R/D부문 부소장은’ 으로 기관명을 앞에 놓아야 관련 정보를 이해하고 이름도 살아난다. ‘윤정혜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도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윤정혜 연구위원은’ 해야 잘 쓴 것이다. 

이건 원칙적으로 ‘유명인은 이름을 앞에, 그렇지 않은 경우는 기관 명을 앞에’라는 리포트 작성 불문율과도 맥이 닿는다.(유명인의 기준과 범위는 시사적 상식에 기반한다.) 가령 강금실 씨가 이제는 법무장관이 아니더라도 그가 예를 들어 한국양성평등원 원장이라면, ‘강금실 한국양성평등원 원장’이라도 무방하다. 

반면 ‘유정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으로 쓰는 건 서툰 기사쓰기다. ‘LG경제연구원 유정호 연구위원은’이 설득적이다. ‘신은정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같은 경우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신은정 단장은’ 해야 듣기에 자연스럽다.(*강금실만 실명, 나머지 이름은 모두 가명) 정부기관은 차관 이상 정도는 되어야 이름을 먼저 써도 좋을 범주가 아닐까 한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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