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 속 화폐가치하락‧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강세
디파이(DeFi) 붐... 디지털자산에 대한 열기 고조
기관투자자 진입 본격화 및 제도권 편입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해도 전 세계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어느덧 200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7년의 광풍과 2018년의 급속한 시장 위축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일회성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예상도 많지만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18일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선, 코로나19로 촉발된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 속에 화폐가치의 하락, 그리고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주식 양도세 인상 소식에 대한 우려도 디지털자산 시장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디지털자산에 대한 세금부과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요자산 수익률 비교 (제공=SK증권)
올해 주요자산 수익률 비교 (제공=SK증권)

두 번째로 2017년에 ICO에 대한 광풍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디파이(DeFi) 붐이 불면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당사가 9월 18일에 발간한 DeFi 보고서 발표 당시, 89억1000만달러(약 9조 8500억원)였던 고객자산 예치금(TVL)은 두 달 만에 52.6% 늘어난 136억달러(약 15조 416억원)까지 증가했다. 여러 투자기회로 인해 개인지갑과 거래소 지갑에 잠자고 있던 비트코인은 최근 온체인(on chain)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진입이 본격화됐다는 점이 비트코인의 부활에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한 연구원은 “스퀘어에 이어 페이팔은 디지털자산 구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번 비트코인 상승의 촉매역할을 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는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을 바꾸며 자산의 80%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는데, 현재까지의 수익이 지난 3년간의 영업이익보다 많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과(검은색) 활성화된 지갑 수(주황색) 추이 (제공=SK증권)
비트코인 가격과(검은색) 활성화된 지갑 수(주황색) 추이 (제공=SK증권)

이어 “특히, 글로벌 금융사들의 행보가 빨라졌는데, 피델리티와 JP 모건은 잇따라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출시했다. JP 모건은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피델리티는 뉴욕감독청(NYDFS)의 허가를 받고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폴의 DBS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DBS 디지털거래소 출시계획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공통된 입장은 VIP 고객과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고, 향후 디지털금융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빠른 움직임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투자자들 역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짐 사이먼스(James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명인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역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가상자산 신탁펀드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연일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디지털자산 시장은 점차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레이스케일이 보유한 주요 디지털자산 현황 (제공=SK증권)
그레이스케일이 보유한 주요 디지털자산 현황 (제공=SK증권)

굴지의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관련 레포트도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JP 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비트코인과 금 간에 대체화폐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금과 비트코인을 유사하게 보는 밀레니얼 세대의 시각이 비트코인 가격의 장기 상승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씨티은행도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Gold)로 표현한 레포트를 발간했다. 씨티는 비트코인이 1970년대의 금과 비슷한 움직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약 3억5170만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미국 닉슨 행정부가 달러의 금태환 중단을 선언하자 50여 년 동안 온스당 20~35달러였던 금값이 단숨에 80달러로 껑충 뛰었던 시기와 유사한 장세라고 본 것이다.

한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2018년을 제외하곤, 지난 4년간 주요 자산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제도권의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을 생각해보면, 2017년의 광풍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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